■ 농촌愛올래 - 2024년 농촌관광 사업
(9) 전북 부안 생태체험·친환경집짓기 ‘애벌레캠핑’
해뜰마루 참나무숲서 생태체험
애벌레·모감주나무 씨앗 관찰
직접 지은 친환경 집에서 1박
둘째날은 요가·자연 속 걷기도
“40명 정원… 최대 300명 몰려”
부안 =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집짓기 너무 재미있어요!”
이슬비가 잠깐씩 내렸다 멈췄다 하던 지난 10월 19일 오후 전북 부안군 부안읍에 있는 생태공원 ‘해뜰마루’에서 만난 이예준(5) 군은 한껏 신나는 표정이었다. 간헐적으로 내리는 이슬비 때문에 기온이 내려가 추위를 느낄 만도 했지만, 생태 체험과 친환경 집짓기에 푹 빠진 모습이었다. 특히 이 군은 어머니가 대나무 텐트의 팩을 박을 때는 익숙한 자세로 대나무 팩을 고무망치로 고정했다. 이 군 어머니는 “가족이 캠핑갈 때 캠핑 팩을 여러 번 박아본 적이 있어서 망치질을 잘한다”며 웃었다.
부안 해뜰마루는 도심 안에 조성된 자연생태공원이다. 해가 솟아오르는 부안의 자연 명소를 뜻하는 ‘해’와 자연의 정원을 의미하는 ‘뜰’에 부안 군민 모두에게 개방된 공간으로 최고의 정원을 뜻하는 ‘마루’가 합쳐진 말이다. 가치 있고, 머물고 싶고, 즐기고 싶은 부안의 열린 정원에서 자연과 소통하고 싶은 부안 군민의 소망을 표현한 이름이라고 한다. 도심 속에 있는데다가 주차장도 완비돼 있어 부안 지역주민뿐 아니라 관광객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같은 장소에서 열린 생태 체험. 부안 = 윤성호 기자
10월 19∼20일 이틀간 진행된 ‘애벌레캠핑’ 첫째 날은 부안 해뜰마루에 조성된 생태계를 살펴보는 ‘자연마당 나들이’로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에 간단한 체조로 몸을 풀었다. 참나무복원숲에서 애벌레를 관찰하고, 스님들의 묵주를 만드는 데 쓰인다는 모감주나무 씨앗도 살펴봤다. 특히 애벌레가 꿈틀꿈틀 움직일 때는 어린이들이 신기한 듯 모여들었다.
이어서 친환경 집짓기가 시작됐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유수정(31) 스튜디오 유크리 대표가 텐트 치는 방법을 설명했다. 친환경 집짓기는 굵은 대나무를 뼈대로 쓰고, 버려지는 현수막을 재활용해 천막처럼 활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유 대표는 “친환경 집은 찬 바람을 막기에 충분하지만, 아이가 있거나 추위를 많이 탈 경우 친환경 집 내부에 ‘이너 텐트(inner tent)’를 치기도 한다”며 “그동안 캠핑 운영팀은 현수막과 친환경 집에서 이너 텐트 없이 침낭만을 이용해 잠을 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어린이들이 캠핑에 많이 참여하고 있어서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안전과 보온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유 대표는 말했다. 그는 “그동안 날씨가 별로 춥지 않았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었지만, 최근 기온이 떨어지고 가끔 비가 오는 경우도 있어서 특별히 안전과 보온에 유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이 기념으로 나눠준 에코백을 들고 기뻐하는 모습. 부안 = 윤성호 기자
유 대표는 “현재 전국에서 현수막을 이용한 농촌관광 캠핑을 하는 곳은 부안이 유일하다”며 “앞으로 자연생태 체험과 친환경 캠핑을 소재로 한 관광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 대표와 함께 일하고 있는 이슬비(32) 씨는 “이번 애벌레캠핑 프로그램은 올해 들어 네 번째인데, 회당 40명을 정원으로 신청받고 있는데 200∼300명이 몰릴 만큼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유 대표의 설명이 끝나자 가족끼리 본격적인 친환경 집짓기가 시작됐다. 광주에서 아들과 딸을 데려온 국보현(여·42) 씨는 “아빠는 휴일이지만 출근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참가했다”며 “친환경 집짓기는 폐기된 현수막 등으로 집을 짓기 때문에 아이들이 재활용(리사이클링)에 대한 살아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 씨의 큰딸 강송희(9) 양은 “친환경 소재로 집을 직접 만들어 보니 흥미롭고 재미있다”며 웃었다. 충남 아산에서 온 김정호(여·45) 씨는 “결혼 후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남편과 세 명의 아이들을 떼어놓고 혼자 참여하러 왔다”며 “모처럼 집에서 벗어나 야외에서 잘 생각을 하니까 벌써 설렌다”고 말했다. 이어 “애벌레캠핑 같은 프로그램을 학교 체험활동으로 해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집짓기를 마친 참가자들은 ‘토종 밥상’으로 저녁 식사를 하고, 친환경 방 탈출 프로그램인 ‘탄소좀비런’에 참여한 뒤 잠을 청했다.
둘째 날인 10월 20일에는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요가와 ‘사운드 워킹’(Sound Walking)을 하면서 알찬 시간을 보냈다. 사운드 워킹은 눈으로 보는 자연 뒤에 숨어있는, 미처 느끼지 못한 신비한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서 걷는 프로그램이다. 유 대표는 “사운드 워킹은 헤드셋 등 전문 장비(사운드스케이프 체험 키트)를 이용하기 때문에 부안 해뜰마루가 품고 있는 ‘소리 풍경’과 ‘생명의 숨결’을 올곧이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 농촌愛올래 - 2024년 농촌관광 사업
(9) 전북 부안 생태체험·친환경집짓기 ‘애벌레캠핑’
해뜰마루 참나무숲서 생태체험
애벌레·모감주나무 씨앗 관찰
직접 지은 친환경 집에서 1박
둘째날은 요가·자연 속 걷기도
“40명 정원… 최대 300명 몰려”
부안 =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집짓기 너무 재미있어요!”
이슬비가 잠깐씩 내렸다 멈췄다 하던 지난 10월 19일 오후 전북 부안군 부안읍에 있는 생태공원 ‘해뜰마루’에서 만난 이예준(5) 군은 한껏 신나는 표정이었다. 간헐적으로 내리는 이슬비 때문에 기온이 내려가 추위를 느낄 만도 했지만, 생태 체험과 친환경 집짓기에 푹 빠진 모습이었다. 특히 이 군은 어머니가 대나무 텐트의 팩을 박을 때는 익숙한 자세로 대나무 팩을 고무망치로 고정했다. 이 군 어머니는 “가족이 캠핑갈 때 캠핑 팩을 여러 번 박아본 적이 있어서 망치질을 잘한다”며 웃었다.
부안 해뜰마루는 도심 안에 조성된 자연생태공원이다. 해가 솟아오르는 부안의 자연 명소를 뜻하는 ‘해’와 자연의 정원을 의미하는 ‘뜰’에 부안 군민 모두에게 개방된 공간으로 최고의 정원을 뜻하는 ‘마루’가 합쳐진 말이다. 가치 있고, 머물고 싶고, 즐기고 싶은 부안의 열린 정원에서 자연과 소통하고 싶은 부안 군민의 소망을 표현한 이름이라고 한다. 도심 속에 있는데다가 주차장도 완비돼 있어 부안 지역주민뿐 아니라 관광객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같은 장소에서 열린 생태 체험. 부안 = 윤성호 기자
10월 19∼20일 이틀간 진행된 ‘애벌레캠핑’ 첫째 날은 부안 해뜰마루에 조성된 생태계를 살펴보는 ‘자연마당 나들이’로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에 간단한 체조로 몸을 풀었다. 참나무복원숲에서 애벌레를 관찰하고, 스님들의 묵주를 만드는 데 쓰인다는 모감주나무 씨앗도 살펴봤다. 특히 애벌레가 꿈틀꿈틀 움직일 때는 어린이들이 신기한 듯 모여들었다.
이어서 친환경 집짓기가 시작됐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유수정(31) 스튜디오 유크리 대표가 텐트 치는 방법을 설명했다. 친환경 집짓기는 굵은 대나무를 뼈대로 쓰고, 버려지는 현수막을 재활용해 천막처럼 활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유 대표는 “친환경 집은 찬 바람을 막기에 충분하지만, 아이가 있거나 추위를 많이 탈 경우 친환경 집 내부에 ‘이너 텐트(inner tent)’를 치기도 한다”며 “그동안 캠핑 운영팀은 현수막과 친환경 집에서 이너 텐트 없이 침낭만을 이용해 잠을 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어린이들이 캠핑에 많이 참여하고 있어서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안전과 보온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유 대표는 말했다. 그는 “그동안 날씨가 별로 춥지 않았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었지만, 최근 기온이 떨어지고 가끔 비가 오는 경우도 있어서 특별히 안전과 보온에 유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이 기념으로 나눠준 에코백을 들고 기뻐하는 모습. 부안 = 윤성호 기자
유 대표는 “현재 전국에서 현수막을 이용한 농촌관광 캠핑을 하는 곳은 부안이 유일하다”며 “앞으로 자연생태 체험과 친환경 캠핑을 소재로 한 관광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 대표와 함께 일하고 있는 이슬비(32) 씨는 “이번 애벌레캠핑 프로그램은 올해 들어 네 번째인데, 회당 40명을 정원으로 신청받고 있는데 200∼300명이 몰릴 만큼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유 대표의 설명이 끝나자 가족끼리 본격적인 친환경 집짓기가 시작됐다. 광주에서 아들과 딸을 데려온 국보현(여·42) 씨는 “아빠는 휴일이지만 출근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참가했다”며 “친환경 집짓기는 폐기된 현수막 등으로 집을 짓기 때문에 아이들이 재활용(리사이클링)에 대한 살아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 씨의 큰딸 강송희(9) 양은 “친환경 소재로 집을 직접 만들어 보니 흥미롭고 재미있다”며 웃었다. 충남 아산에서 온 김정호(여·45) 씨는 “결혼 후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남편과 세 명의 아이들을 떼어놓고 혼자 참여하러 왔다”며 “모처럼 집에서 벗어나 야외에서 잘 생각을 하니까 벌써 설렌다”고 말했다. 이어 “애벌레캠핑 같은 프로그램을 학교 체험활동으로 해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집짓기를 마친 참가자들은 ‘토종 밥상’으로 저녁 식사를 하고, 친환경 방 탈출 프로그램인 ‘탄소좀비런’에 참여한 뒤 잠을 청했다.
둘째 날인 10월 20일에는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요가와 ‘사운드 워킹’(Sound Walking)을 하면서 알찬 시간을 보냈다. 사운드 워킹은 눈으로 보는 자연 뒤에 숨어있는, 미처 느끼지 못한 신비한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서 걷는 프로그램이다. 유 대표는 “사운드 워킹은 헤드셋 등 전문 장비(사운드스케이프 체험 키트)를 이용하기 때문에 부안 해뜰마루가 품고 있는 ‘소리 풍경’과 ‘생명의 숨결’을 올곧이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